재미있는 땅이야기
지구(地球)는 둥그런 땅이다. 둥근 땅의 역사는 장구하다. 현대과학에 따르면 둥근 땅은 150억년 전에 처음 나타나 47억년 전에 지각이 단단하게 굳기 시작했다. 불교에서는 우주의 일생을 일겁(一劫)이라고 하니 둥근 땅의 나이는 13억 4,384만년인 셈이다. 17세기 아일랜드의 성직자는 기원전 4004년 1월 26일(금요일) 오전 10시에 지구가 창조되었다고 했고, 유태인은 기원전 3761년 10월 6일 오전 11시 11분 20초를 지구 원년으로 믿고 있다. 기독교에서는 둥근 땅의 역사가 5764년 내지 6007년인 셈이다.
둥근 땅은 반지름 6,378㎞, 둘레 40,074㎞, 겉넓이 510,100,934㎢로 되어있다. 그중 70%가 물로 덮여있다. 그러니 우리가 만질 수 있는 땅은 108조 평, 세계인구 1인당 18,000 평을 소유할 수 있는 규모다. 그러나 상당부분이 얼음과 호수, 산악과 사막, 초원 등으로 되어있다. 그러니 사람이 살거나 소유할 수 있는 땅의 규모는 1인당 200평, 6인 가족이라면 1,200평 정도에 불과하다. 서기 9년 중국 한나라의 왕망이 토지개혁을 실시했을 때 분배한 농지규모도 가구 당 1,200평이었다. 1950년 6월, 우리나라에서 실시한 토지개혁 때 가구당 허용된 농지규모는 최대 3,000평이었다.
역사상 땅을 가장 많이 소유한 집안은 아르헨티나의 안코레나 가문이었다. 1856년 이 가문이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보유한 농지는 75억 681만평이었다. 우리나라 전 국토 면적이 300억평이고 농경지 면적이 66억평이니, 안코레나 가문이 보유했던 땅은 우리나라 농경지보다 넓었다. 그러나 만경(萬頃)의 땅을 갖고 있던 지주도 죽었을 때 묻힐 땅은 세 평이면 충분하고, 만석(萬石)군의 식탁에도 한끼 세 홉이면 지나칠 정도로 족하다.
이 땅을 둘러싸고 모든 역사가 일어난다. 나라의 흥망성쇠는 말할 것도 없고 개인의 생사가 땅 때문에 결정되기도 한다. 예컨대 러시아에서 1929년부터 실시한 집단농장화 과정에서 적어도 2천만명의 지주(kulak)가 학살되었다. 1949년에 시작된 중국의 농지개혁에서도 5천만명 이상의 농민과 지주가 죽었다. 그래서 그랬을까? 춘추전국시대의 관자(管子)는 땅이야말로 올바른 정치의 근본(地者政之本也)이라고 말했다.
오늘날 땅과 그 위에 있는 정착물을 합하여 부동산이라고 정의하지만, 원래 부동산이란 땅만을 의미했다. 건물은 아무리 값이 나가는 것이라도 땅에 딸린 것(attachment), 즉 정착물로 보았다. 그래서 우리 민법에서도 부동산은 토지와 그 위의 정착물로 정의하고 있다. 현재 땅과 건물을 구분하여 등기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일부 국가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나라는 땅과 건물을 하나로 다룬다.
부동산은 오늘날 부(富)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원래 부동산은 신분의 상징이었다. 부동산은 영어의 real estate를 번역한 말이다. real은 ‘진정한’ 이란 뜻이고, estate는 ‘신분’이란 의미의 라틴어 status에서 나왔다. 다시 말해 부동산, 즉 땅을 갖고 있는 사람만이 움직이지 않는(不動) ‘진정한 신분’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기원전 8세기에 호머는 유명한 서사시「오디세이」에서 인간에게 죽음 다음으로 최악의 운명은 자기 땅이 없어서 다른 사람 땅에서 일해야 되는 처지라고 말했다. 땅과 연관하지 않고 인격에 기초한 신분은 1789년 프랑스혁명 이후 personal estate라고 불렀다.
이 말은 오늘날 동산(動産)이라고 번역되어 사용되고 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중산층이 몰락하였다는 보도가 있었다. 땅값 하락과 함께 우리나라 중산층의 신분도 진정 하락하였단 말인가? IMF 외환위기를 극복한 최근에 강남의 부동산 값이 천정부지로 솟고 있다. 진정 강남에서 땅을 소유한 사람의 신분도 하늘처럼 높아지고 있다는 말인가? |